세 줄 요약
- 6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밤 주보 6면을 손으로 고치다, 매주 바뀌는 것만 텍스트 파일 하나에 적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.
- 진짜 문제는 디자인이 아니라 '바뀌는 것과 안 바뀌는 것의 경계가 없다'는 점이었습니다.
- 가장 값진 코드는 주보를 만드는 코드가 아니라 "설교자가 지난주와 같습니다"라고 묻는 검사 코드였습니다.
6년 가까이 매주 토요일 밤이면 미리캔버스에서 같은 템플릿을 열고 주보를 손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. A4 한 장 앞뒤를 각각 3단으로 접으니 모두 6면입니다. 날짜, 설교 제목, 예배 순서, 교회 소식을 고치고, 인쇄 보내기 전에 6면을 한 번 더 훑었습니다.
실수는 늘 같은 자리에서 났습니다. 날짜와 설교 제목은 고쳤는데 예배 순서에 지난주 설교자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던 주가 있었습니다.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.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.

지금은 자동으로 만들어 인쇄하는 주보 표지(2026년 9월 13일)
문제는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
템플릿은 보기 좋았습니다. 문제는 매주 바뀌는 것과 절대 안 바뀌는 것이 작업 과정에서 전혀 나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. 6면이 매주 똑같은 무게로 제 앞에 놓였고, 그걸 가려내는 일은 제 주의력 몫이었습니다. 그런데 새벽 1시에 가장 부족한 게 주의력입니다.
우리 주보 6면을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.
- 표지: 설교 제목, 본문, 설교자, 사진, 날짜
- 교회 소식: 6~8개 항목. 매주 모양 자체가 달라지는 유일한 면
- 예배 순서: 찬양, 기도, 성경 봉독, 순서 맡은 분
- 말씀 요약: 요약, 나눔 질문, 기도 제목
- 교회 소개와 초대 면: 몇 년째 그대로

안쪽 면: 예배 순서, 말씀 요약, 교회 소개
진짜 일은 3면, 칸 맞추기 곡예가 1면, 그리고 습관처럼 매주 다시 읽던 2면이었습니다. 그래서 첫 결정은 마지막 두 면을 원본에서 딱 한 번 잘라 내 이미지로 고정하는 것이었습니다. 다시 그리지 않습니다. 바꿀 일이 생기면 그건 다른 날 따로 하는 일입니다.
매주 바뀌는 것은 파일 하나에
매주 바뀌는 것은 전부 텍스트 파일 하나에 적습니다. 날짜, 설교, 예배 순서, 요약, 나눔 질문, 교회 소식. 프로그램이 이 파일을 읽어 인쇄용 PDF를 만듭니다(2026년 8월에 처음 만들었습니다).
이제 토요일 밤 제 일은 "6면을 다시 만들고 다 잡았기를 바란다"가 아니라 "이번 주 내용을 채운다"입니다.
눈대중 대신 쟀습니다
원본 주보를 600dpi로 뽑아 실제 글자 높이를 픽셀로 재고 글자 크기로 환산했습니다. 예전 템플릿의 예배 순서 줄 간격은 사람이 한 줄씩 손으로 밀어 놓아서 8.1mm부터 14.9mm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. 자동 버전은 고르게 나눕니다. 타협이 아니라 오히려 나아진 부분입니다.
만드는 것보다 확인하는 것을 먼저
주보를 만드는 코드보다 검사하는 코드를 먼저 짰습니다. 검사 명령이 그 주의 파일을 읽고 잔소리를 합니다.
- 표지 사진이 없습니다
- 비어 있는 칸이 있습니다
- 설교자가 지난주와 같습니다
마지막 줄은 오류가 아니라 질문입니다. 같은 설교자가 두 주 연속 설교할 수도 있으니까요. 중요한 건, 제가 늘 저지르던 실수를 이제 컴퓨터가 매주 물어보고 저는 일부러 대답한다는 점입니다. 놓치는 대신 확인합니다.
이 시스템 전체에서 가장 값진 부분이 이 여덟 줄짜리 코드입니다. 제가 실제로 저질렀던 실수를 겨냥하기 때문입니다.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상상한 실수보다 훨씬 나은 과녁입니다.
손댈 여지를 남겨 두기
자동화가 잘 돌기 시작하자 예상 못 한 불편이 생겼습니다. 결과물이 글자까지 구워진 이미지라, 한 줄만 2mm 내리고 싶어도 데이터를 고쳐 전부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.
그래서 결과물을 편집할 수 있는 픽셀메이터 프로(Pixelmator Pro) 문서로 바꿨습니다. 소식 하나가 한글 이름을 단 레이어 하나입니다. 옮기고 싶으면 열어서 옮기면 됩니다. 자동화가 완성될수록 오히려 손을 넣을 틈이 더 필요했습니다.
어떤 결정은 계속 사람 몫입니다
최근에 헌금 계좌 안내를 소식 목록에서 빼서 면 아래쪽 고정 칸으로 옮겼습니다. 소식이 몇 개든 늘 같은 자리에 있도록요. 어떤 자동화도 이걸 제안하지 않았을 겁니다. 인쇄된 종이를 들여다본 사람이, 읽는 사람이 헤매지 않고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한 결과입니다.
우리 교회는 작습니다. 홍보팀도 디자이너도 없습니다. 바로 그런 곳에서 이런 자동화가 값을 합니다. 디자인 팀보다 나은 걸 만들어서가 아니라, 매주 할 일을 "이번 주 내용을 채우고, 컴퓨터가 짚어 준 한 가지를 읽는다"로 줄여 주기 때문입니다.
이번 주 주보도 인쇄됐습니다. 설교자 이름은 맞습니다.
주보 자동화 시리즈
- 6년 토요일 밤이 바뀐 이유 (지금 읽는 글)
- 만들며 부딪힌 기술 함정 모음: 크롬 PDF, 픽셀메이터 AppleScript
- 파일 하나로 인스타·홈페이지·유튜브까지, 그리고 전날 밤 잡은 실패